대중음악계에 권지용, 즉 지드래곤이 있다면 클래식음악계에는 피아니스트 김지용(26), 즉 지용이 있다. 파격적인 행보와 화려한 패션 센스, 무엇보다 뛰어난 음악적 감각으로 아이돌로 통하며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발레리나인 강수진 국립발레단 단장과의 무대, 일본 뮤지션 프리템포(freeTEMPO) 와의 협업, 아마 바흐 '샤콘느'에 맞춰 춤을 춘 첫 클래식음악 아티스트일 지용은 그런데 고전적인 이미지도 동시에 갖고 있다.
뉴욕 필 콩쿠르에서 최연소로 우승하며 당시 굴지의 클래식음악 매니지먼트사 IMG 아티스트 역사 상 가장 어린 나이에 계약을 맺는 등 정통성을 갖고 출발한 그인데 지금까지 클래식 음악가가 당대 가장 핫한 아티스트였음을 감안하면 당연한 이야기다.
지난 1일 이태원에서 만난 지용은 "클래식음악을 진지하고 제대로 배운 뒤 곡을 해석해내려면 단순한 지식이나 지식을 넘어 연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10대부터 천재 소리를 듣고 단숨에 주목 받은 지용이지만 정작 본인은 자신에 대해 알지 못해 힘든 시기를 보냈다고 했다. 하지만 이전에 쌓아온 생각이 23세부터 '진짜 연주자, 뮤지션이 되고 싶다'라는 마음으로 발견됐다. "다양한 것을 느끼면서 저를 찾아가는 과정이었어요. 공부를 하려면 다양한 것을 마주쳐야 했죠."
변화를 부러 시도하지 않는 것이 지용의 다양한 변신이 더 인정받는 이유다. 당시의 관심이 자연스레 다음 행보로 이어지는 식이다.
예컨대 최근 다양한 장르를 아우른 음악축제 '2017 서울재즈페스티벌'에서 전자악기로 미리 녹음한 음원을 틀고 라벨 '라 발스' 등을 연주했는데 건반 88개가 같은 음으로 조율된 피아노로 베토벤을 연주하는 구글 안드로이드 광고 등 새로운 매체에 대한 관심이 이어진 결과물이었다. 통통 튀는 행보 속에서도 지용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인권과 예의. 윤리 선생님 아버지들 둔 그는 무엇을 하든 사람, 그리고 옳은 것에 대해 먼저 생각한다. 클래식계에서 이례적인 개성을 갖춘 그가 존중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이유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과 협업하는 실내악에서도 탁월한 감각을 뽐낸다. 일부에서는 지용처럼 개성 강한 연주자가 다른 사람과 앙상블을 맞출 수 있을지에 대해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했기 때문이다.
오는 14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펼쳐지는 바이올리니스트 스테판 피 재키브와 듀오 리사이틀을 그 증명의 시간이다. 슈만과 브람스, 그리고 그들의 뮤즈였던 클라라를 다룬 이 무대는 개성 강한 지용과 그와 상반된 바른 이미지를 갖고 있는 재키브의 조합으로 상반기 가장 기대되는 공연으로도 꼽혔다. 피아노 배틀기존 클래식 공연과 다른 매력의 독특한 콘서트
무거운 클래식 공연이 아닌 관객이 위너(winner)를 결정하는 최고의 공연 - Time Out
그들의 대결은 대단하다. 매 라운드마다 선보이는 강렬함은 청중의 귀를 사로잡는다 - HK Magazine
그 둘의 경쟁이 뜨거워질수록 관객들을 다시 앉을 수가 없었다. 청중은 긴장하면서 흥분하였고 곧 그들의 매력에 빠졌다 - Map Magazine
두 피아니스트의 빛나는 연주 실력에 더해진 화려한 퍼포먼스. [피아노 배틀]은 기존의 단조로운 클래식 공연에 항변하듯 두 피아니스트의 대결을 통해 청중에게 평가받는 독특한 콘서트이다. 실시간의 긴장감을 고조시키기 위해 공연의 프로그램은 공연 전까지 비공개로 진행된다. 매 라운드마다 두 명의 피아니스트가 각기 다른 스타일의 연주로 쇼팽, 리스트와 드뷔시 등 당대의 뛰어난 작곡가들의 곡을 선보이며 청중들은 투표 용지를 사용하여 무대를 향해 마음에 드는 피아니스트를 투표하고 그 자리에서 바로 승자를 결정한다. 특히 피날레 무대는 특별한 에피소드를 담은 우리나라의 곡을 그들의 스타일대로 재해석하여 즉흥의 묘미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스테판은 제가 정말 좋아하는 연주자에요. 이번 프로그램은 역동적인 것 대신 진지함, 감정적으로 화려한 대신 이성적인 부분이 강하지만 냉정적인 정서 안에서 뜨거움을 느낄 수 있는 무대가 될 것 같아요."
지용은 이런 다양한 활동이 자신의 음악에 계속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서 좋다며 싱글벙글이다. "제가 아는 언어 중에서 음악을 가장 잘 하는 것 같아요. 음악은 한계가 없는 언어잖아요. 누구와도 소통이 가능하고, 언어 중에서 가장 자유로운 거 같아요."피아니스트 폴 시비스(Paul Cibis)
하노버, 베를린, 런던에서 음악 공부를 마친 폴 시비스는 영국, 독일, 미국, 남아프리카공화국, 홍콩, 중국, 대만, 호주, 뉴질랜드 등의 페스티벌에 초청되며 활발한 연주 활동을 하고 있다.
그 외 수많은 콘서트 출연 뿐 아니라 BBC, WDR, ORB, HR, RTHK 및 CCTV 등 여러 대중매체에서 소개되었으며 최근에는 작곡가 카이난 황과 함께한 솔로 앨범을 발매하였다. 런던 트리티니 음악대학에 출강하였으며 현재 독일, 중국, 홍콩, 대만, 한국에서 마스터 클래스를 진행하며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피아니스트 안드레아스 컨(Andreas Kern)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태어난 안드레아스 컨은 솔리스트와 실내악 연주자로 유럽, 캐나다, 홍콩, 중국, 일본,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틀에 얽매이지 않는 방법으로 클래식 음악을 선보이며 연극, 무용 등의 분야에서 예술가들과 협력하기도 한다. 클래식으로 특별한 공연장에서 공연하며 새로운 패러다임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으며 젊은 관객들의 지지를 얻으며 전통적인 클래식 공연에서 관람층을 넓히는데 일조하고 있다.
폴 : [피아노 배틀]은 [홍콩시티페스티벌]이 시작이었어요. 페스티벌 측에서는 저희에게 공연을 나눠서 하는 것을 제안했고, 저희는 베를린에서 만나서 같이 공연을 꾸리는 방법을 생각했습니다.
안드레아스 : 같이 공연하는 좋은 방법을 고민하다 보니 배틀 형식이었어요. 저희가 이 포맷을 원하고 있다는 걸 깨닫는 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논의가 끝난 순간부터 싸움은 시작되었어요.
폴 : 저희 둘의 연주가 다른 스타일인 것도 한몫했어요. 제 연주는 조금 더 전통적입니다. 순수 음악 감상적으로 하지만 항상 약간의 놀라운 변수를 숨겨두고 있죠. 안드레아스는 연주는 외향적으로 화려하다고 생각해요.
안드레아스 : 흥미로움을 계속 유지하면서 창의적이고 즉흥적으로 연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21세기 클래식 연주에서 꼭 이끌어내야 하는 부분이고 그게 바로 제 연주죠. 폴의 연주는 매력적이지만 안전해요. 저와 반대 지점에 서 있어요. 우리가 흑과 백으로 나눠진 이유기도 해요.
폴 : 연주가 다른 만큼 공연 직전의 모습도 달라요. 전 평정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데 비해 안드레아스는 에너지가 넘칩니다.
안드레아스 : 공연 전에 흥분하고 기대하는 건 자연스러운 거니까요. 그게 좋은 에너지가 되고요.
오로지 공연에 온 관객들만 온전한 프로그램을 알 수 있다. 클래식은 통상적으로 공연 전에 프로그램을 모두 공개하지만, 라운드의 결과에 따라 프로그램이 바뀌기에 공연장에 들어오기 전까지 아주 러프한 내용 외에 공개하지 않는다. 두 피아니스트는 라운드에서 누가 이길지 모르기 때문에 꽤나 넓은 범위로 프로그램을 준비한다. 1안이 아니면 2안으로, 2안에서 2-1로, 다시 2-2로 언제든지 넘어갈 수 있게, 클래식이지만 재즈의 즉흥 요소들이 곳곳에 접목되어 있다.
관객이 프로그램을 만들기 때문에 비공개라고 보시면 돼요. 누가 이기느냐에 따라 라운드마다 정해진 프로그램으로 계속 가느냐 아니면 다른 프로그램으로 가느냐가 달라지죠. 그게 [피아노 배틀]만이 가진 매력이에요." (피아노 배틀 인터뷰 中에서)
피아노를 발로 친다고? 클래식 공연에서? 피아노를 발로 치거나, 하부를 손으로 두들기는 게 클래식 공연에서 말이 되느냐 묻는 이들이 많다. 물론 일반적으로 생각해보면 불가능하다. 하지만 [피아노 배틀] 공연은 구성하는 모든 요소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말 그대로 자유롭게 모든 것이 흘러가게 두는 공연이기에 연주자들에게서 즉흥적으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를 막지 않는다.